화려한 리조트와 쇼핑몰 너머, 진짜 필리핀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이다. 마닐라의 디비소리아부터 세부의 탄도 마켓, 보홀의 타그빌라란 시장까지, 필리핀의 전통시장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문화이자 관광자원의 보고다. 본 글에서는 필리핀 전통시장의 실전 탐방기를 중심으로, 현지 분위기, 추천 먹거리, 구입 팁, 유의사항 등을 소개한다.
진짜 필리핀을 느끼고 싶다면, 전통시장으로 가라
여행 중 진짜 그 나라를 느끼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시장을 찾는 것이다. 고급 리조트나 대형 쇼핑몰에선 결코 볼 수 없는 그 지역 고유의 삶과 표정, 그리고 냄새와 온도를 시장에서는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필리핀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에 수천 개의 재래시장들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백 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곳도 있다. 시장은 단순한 거래 장소가 아니라, 음식과 언어, 민속, 노동, 상생의 문화가 교차하는 삶의 집약체다. 전통시장을 찾는다고 하면 많은 여행자들이 ‘혼잡하고 위험하지 않을까?’라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적절히 준비하고 접근한다면, 여행 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시장이다. 이번 탐방에서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주요 전통시장 몇 곳을 중심으로 직접 걸으며 보고, 듣고, 맛본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생생한 사람들, 음식, 소리와 색을 통해 진짜 필리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도시별 대표 전통시장과 여행자의 체험 포인트
1. 마닐라 – 디비소리아(Divisoria Market)
- 위치: 마닐라 시내 북쪽
- 특징: 의류, 잡화, 식자재까지 없는 게 없는 시장. 도매 중심이라 가격이 매우 저렴하며, 현지 상인들과 흥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 여행자 체험 포인트: 저렴한 현지 의상, 핸드메이드 기념품, 열대 과일 구입 가능
- 유의사항: 소매치기 주의, 가방은 앞에 메고 다니는 것이 좋음
2. 세부 – 탄도 마켓(Taboan Market)
- 위치: 세부 시내 남서쪽
- 특징: 건어물 전문 시장으로 유명. 특히 드라이드 피쉬(dried fish), 앵쵸비, 건조 망고가 많다. 시장 내부는 특유의 강한 향이 느껴진다. - 여행자 체험 포인트: ‘Danggit’이라는 필리핀식 멸치건어물을 저렴하게 구매 가능. 진한 향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중독성 있음. - 팁: 기념품용 포장 요청 가능, 단 체취가 배일 수 있어 비닐 더블 포장 권장
3. 보홀 – 타그빌라란 시티 퍼블릭 마켓(Tagbilaran City Market)
- 위치: 보홀 중심부, 항구와 가까움
- 특징: 채소, 고기, 과일은 물론 수공예품, 지역 특산물까지 다양하게 판매. 여유로운 분위기가 장점
- 여행자 체험 포인트: 보홀산 바나나칩, 땅콩 간식, 수공예 바구니 등 로컬 간식 쇼핑
- 추천 시간: 오전 7~10시 사이가 가장 신선하고 활기참
4. 다바오 – 뱅케로한 마켓(Bankerohan Market)
- 위치: 민다나오 다바오 시내 중심
- 특징: 민다나오 지역 특산물이 밀집. 열대과일(두리안, 망고스틴), 생선, 육류를 대량 거래
- 여행자 체험 포인트: 필리핀에서 가장 질 좋은 두리안을 현지 가격에 시식 가능
- 유의사항: 냄새에 민감한 경우 마스크 준비 추천
5. 일로일로 – 라파즈 마켓(La Paz Public Market)
- 위치: 일로일로 시
- 특징: 필리핀 대표 국수요리 ‘라파즈 바치’(La Paz Batchoy)의 본고장. 시장 한복판 식당들에서 직접 조리해 판매
- 여행자 체험 포인트: 끓는 육수와 돼지내장, 부드러운 국수가 어우러진 현지 국수 한 그릇
- 팁: 시장 음식점 위생은 확인하고, ‘딱 한 번 끓여 나오는 집’에서 먹는 것이 현명
시장 한가운데서 만나는 가장 진짜다운 필리핀
전통시장은 단지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며, 가장 현실적인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카메라보다 선명한 기억은, 시장에서 만난 상인의 웃음, 뜨거운 볕 아래 손수레를 끄는 아이, 수증기 가득한 국수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냄새가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여행자는 필리핀이라는 나라를 피부로 이해하게 된다. 쇼핑몰에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건 경험이며, 감각이며, 살아 있는 이야기다. 시장 안을 걷는 당신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필리핀의 진짜 시간과 마주하는 여행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