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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피트 어파트: 닿을 수 없어 더 간절했던 사랑의 거리

by 디저트사커 2025.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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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피트 어파트〉는 유전병으로 인해 절대 가까이 갈 수 없는 두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이 글에서는 물리적 접촉이 금지된 상황 속에서 깊어진 감정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주는 여운을 되짚어본다.

희귀병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가까이 갈수 없는 사랑

사랑은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그러나 멈춰야만 하는 거리

2019년 개봉한 〈파이브 피트 어파트 (Five Feet Apart)〉는 미국 청춘 멜로 영화 중에서도 유독 절절한 감정선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선천성 낭포성 섬유증(CF: Cystic Fibrosis)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두 청년이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사랑에 빠지고, 또 사랑을 포기해야만 하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스텔라(헤일리 루 리차드슨)는 병원에서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며 투병 중인 환자다. 그녀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윌(콜 스프로즈)을 만나게 된다. 윌은 낭포성 섬유증 중에서도 치명적인 박테리아 감염 위험이 있는 환자이며, 다른 환자들과 6피트(약 1.8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들은 첫 만남부터 성격적으로 충돌하지만,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고통 속에서 삶을 버텨나가며 점차 깊은 감정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가까이 갈 수 없다는 점이다. 6피트의 거리조차 유지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텔라는 말한다. “나는 한 피트를 훔칠 거야.” 그리하여 그들의 사랑은 5피트, 손끝도 닿지 않는 그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이 제한된 거리에서 피어나는 감정이 얼마나 간절하고, 동시에 얼마나 슬플 수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사랑하지만 닿을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선택의 순간

영화의 전개는 단순한 연애가 아니다. 이들은 물리적으로 사랑을 나눌 수 없다. 손을 잡을 수도, 포옹할 수도, 입을 맞출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상대방의 인생에 자신이 어떤 의미로 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스텔라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철저하게 규칙을 지키며 살아왔고, 윌은 반항적이며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 상반된 성격의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스텔라는 ‘안전한 통제’가 항상 옳은 것이 아님을 배우고, 윌은 ‘포기했던 생의 의지’를 다시 되찾는다.
그러나 이 사랑은 결코 안정되지 않는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생명이 위험해지고, 의사와 간호사, 가족들조차 이 사랑을 인정할 수 없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도 그들은 항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 거리는 다름 아닌 죽음의 선이다.
영화의 후반부, 스텔라는 윌과 함께 병원을 벗어나 야경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네 손을 잡는 거야.” 그러나 그마저도 할 수 없다. 그 거리에는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상징이며, 관객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만드는 순간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때로 더 깊이 남는다

〈파이브 피트 어파트〉는 청춘의 반짝이는 사랑을 그리지만, 동시에 그 반짝임이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사랑은 열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희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절절히 전달한다.
윌은 결국 스텔라의 생명을 위해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녀가 나를 사랑함으로써 위험해질 수 있다면, 그 사랑은 그 자체로 불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사랑을 위한 이별’을 선택한다. 그리고 관객은 그 결정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항상 슬픈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더 간절했고, 더 소중했으며,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스텔라와 윌의 5피트는 그저 물리적인 거리의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생과 사의 경계이자, 감정의 극한이며,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감내해야 할 한계의 은유이기도 하다.
〈파이브 피트 어파트〉는 말한다. 사랑은 멀리 있어도 닿을 수 있고, 가까이 있어도 잡지 못할 수 있다고. 그리고 진심이 있었다면, 그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결국 손끝이 닿지 않아도, 마음이 닿았던 그 순간이 우리에게는 영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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