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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간을 되돌려도 지킬 수 없었던 소중한 감정

by 디저트사커 2025.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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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시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얻게 된 소녀가 친구를 지키려다 오히려 감정을 잃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 글에서는 시간여행이란 설정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 왜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는지를 되돌아본다.

열차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뒤돌아보는 주인공 마코토

시간을 넘을 수 있어도,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다

2006년 일본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대표작으로, 시간을 넘나드는 청춘소녀의 이야기 속에 아련한 사랑과 성장을 담아낸다. 원작은 츠츠이 야스타카의 동명 소설이지만, 이 영화는 원작의 세계관을 계승한 ‘속편 격’의 독립 이야기로 새로운 감동을 전한다.
주인공 마코토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어느 날 과학실에서 우연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고, 그녀는 그 힘을 사소한 일상에 사용하기 시작한다. 지각을 피하거나, 친구와의 다툼을 무효화하거나, 좋아하는 반찬을 다시 먹기 위해 점심시간을 되돌리는 등 소소한 재미에 빠져든다.
하지만 마코토의 시간여행은 점차 감정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친구인 치아키와 코스케와의 관계 속에서 마코토는 자신도 모르게 치아키를 특별하게 여기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치아키 역시 마코토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 하지만, 그녀는 그 고백을 회피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버린다.
이 선택은 결국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마코토는 사람의 감정이 단순히 회피나 수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특히 치아키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시간여행의 마지막을 마코토를 위해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마코토는 자신이 지닌 능력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시간은 바꿀 수 있어도, 감정은 지킬 수 없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시간여행이라는 SF적 장치를 사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철저히 인간적이고 감정적이다. 마코토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것은 늘 회피와 후회다. 그녀는 치아키의 고백을 부정하고, 친구 간의 갈등을 없애려 하며, 미래의 사건을 막으려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히려 사람들과의 진심 어린 관계가 무너져버린다.
치아키는 마코토와 함께하는 시간이 짧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와 함께하고자 한다. 그러나 미래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그가 남겨둔 유일한 시간 점프는 마코토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쓰인다.
이 순간, 마코토는 비로소 깨닫는다. 치아키의 감정은 진심이었고, 자신이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던 능력이 단지 ‘되돌리기’의 수단이 아니라,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선택하는 책임의 도구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결국 치아키는 사라지고, 마코토는 혼자 남는다. 그리고 그녀는 결심한다. “앞으로 갈 거야. 널 기다리고 있을게.” 이 말은 단순한 사랑 고백이 아니다. 그것은 성장한 마코토가 과거의 회피에서 벗어나, 이제는 책임 있는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다짐이다.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더욱 간절했던 시간 속 사랑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청춘의 찬란함과 함께, 시간이란 무엇이고, 감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되돌릴 수 없다. 그리고 감정은 미룰 수 없고, 회피할 수 없으며, 반드시 그 순간에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마코토와 치아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시간과 세계가 그들을 갈라놓았고, 서로에 대한 감정은 말로 다하지 못한 채 흐릿해졌다. 그러나 그 기억은 소멸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코토가 살아가는 내내, 그 여름은 그녀를 앞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이루어진 사랑이 아니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마코토는 더 이상 시간여행을 하지 못하지만, 그 감정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말한다. “사랑은 순간이다. 그러나 그 순간이 영원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순간을 붙잡기 위해 시간을 달리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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