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는 사랑으로 인해 변화하지만 끝내 함께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랑은 삶의 의미를 밝혀주지만, 그 선택까지 대신할 수 없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현실을 이 영화는 담아낸다.
사랑은 삶을 끌어안지만, 죽음을 대신 결정하진 못한다
2016년 개봉한 〈미 비포 유 (Me Before You)〉는 조조 모예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멜로드라마로, 단순한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존엄과 생명, 그리고 감정의 선택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영화는 연애 감정보다도 ‘사랑이 어디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활기차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평범한 여성이다. 그녀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윌(샘 클라플린)의 간병인으로 일하게 되며, 처음에는 냉소적인 그의 태도에 상처를 입지만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루이자는 윌의 웃음을 되찾기 위해 진심으로 다가가고, 윌은 그런 루이자에게 점점 마음을 열며 삶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들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시간을 보내고, 다시는 웃지 않을 거 같았던 순간에 웃음을 되찾는다.
그러나 영화의 중심 갈등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윌은 여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몸 안에 갇혀 있으며, 삶의 조건이 바뀌지 않았다는 현실에 누구보다 명확하다. 루이자는 그를 살리고 싶지만, 윌은 이미 스스로의 삶에 대해 결정을 내린 상태다.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단지 감정의 교류 때문이 아니다. 사랑이 있더라도, 감정이 깊더라도, 결국 상대방의 삶은 그 사람의 것이라는 자각 때문이다. 루이자는 윌을 살리고 싶어 한다. 그녀는 그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윌은 단호하다. 그는 루이자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육체적 고통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때 영화는 아주 고통스럽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상대방의 생을 붙잡을 수 있는가?”
윌은 루이자와의 시간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행복이 곧 삶을 지속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있더라도, 그 사랑이 자신의 고통을 없애줄 수는 없으며, 그 고통 속에서 누군가를 붙잡고 함께 살아가게 하는 것이 진정한 배려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결국 윌은 스위스로 향한다. 안락사를 선택한 그는 루이자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그 편지는 그녀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자신이 보여주지 못한 삶을 대신 살아가길 바라는 간절한 당부로 가득하다. 사랑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 사랑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사랑은 함께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미 비포 유〉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루이자는 윌과 함께 삶을 그려가고 싶었지만, 윌은 그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정을 루이자는 받아들여야 했다.
이 영화는 사랑의 강도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의 경계에 대해 말한다. 사랑이 깊다고 해서 생명을 대신할 수 없고, 미래를 강제로 바꿀 수 없다. 사람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자유가 있고, 사랑은 그 자유를 존중할 수 있을 때 더욱 숭고해진다.
루이자는 슬픔 속에서도 결국 윌이 바랐던 대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 사랑은 그녀를 변화시켰고, 그는 더 이상 옆에 없지만 그녀의 삶을 함께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루어질 수 없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방식이다.
〈미 비포 유〉는 사랑이란 감정이 누군가의 삶을 잠시 밝혀줄 수 있지만, 끝까지 함께하는 조건이 되지는 못함을 조용하고 깊이 있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눈물이 나지만, 동시에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감정의 무게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