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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걸고 사랑을 지킨 '순애보 악역'들의 매력

by 디저트사커 2025.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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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악역은 보통 주인공을 괴롭히고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여기, 우리가 차마 미워할 수 없는, 오히려 연민하고 응원하게 되는 특별한 악역들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전부를 걸고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혹은 되찾기 위해 기꺼이 악의 길을 선택한 '순애보 악역'입니다. 이 글은 '선덕여왕'의 비담처럼, 사랑이라는 가장 순수한 동기 때문에 가장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사극 속 매력적인 악역들을 탐구합니다. 왜 우리는 그들의 잘못된 선택을 알면서도 그들의 서사에 마음 아파하고, 때로는 주인공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되는지. 선과 악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춤을 추는, 그래서 더 슬프고 매력적인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A portrait of a tragic antagonist in a historical drama, agonizing over love
사랑 때문에 고뇌하는 비극적인 사극 속 악역의 초상

미워할 수 없는, 그래서 더 슬픈 그들의 이름 '악역'

우리가 드라마를 볼 때, 감정의 잣대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온갖 시련을 겪는 주인공을 응원하고, 그들을 괴롭히는 악역에게는 분노하며 그의 몰락을 기원합니다. 하지만 가끔, 이 선과 악의 명확한 경계를 무너뜨리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행복을 방해하고, 심지어는 그릇된 행동을 일삼는 명백한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의 행동에 설득당하고 그의 슬픔에 공감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 그의 편에 서게 되는 경험. 바로 ‘순애보 악역’을 만났을 때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권력욕이나 재물욕 때문에 악행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들의 모든 행동 원리는 단 하나,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한 사람을 얻기 위해, 혹은 지키기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맹목적인 사랑은, 위험하고 파괴적이지만 동시에 지독할 정도로 순수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혼란에 빠집니다. 그들의 방식은 명백히 잘못되었지만, 그들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절박한 순정에는 마음이 아파옵니다. 이처럼 순애보 악역은 시청자에게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안겨주며, 단순한 권선징악의 구도를 넘어 이야기에 깊이와 입체감을 더하는 가장 매력적인 장치입니다. 이 글은 이처럼 미워할 수 없어서 더 슬펐던,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가장 어두운 길을 걸어야 했던 사극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이 그들을 악하게 만들었다: 사극 속 매력적인 악역들

사랑 때문에 기꺼이 악역이 되기를 자처했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대표적인 인물들을 만나봅니다.

1. 비담 (선덕여왕):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 '슬픈 짐승'
순애보 악역의 시조새이자,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최고의 캐릭터로 꼽는 인물입니다. 왕의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미실)에게마저 버림받은 그는, 사랑받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야생의 짐승처럼 자라납니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주고, 이름을 주고, 믿음을 준 사람이 바로 덕만(선덕여왕)이었습니다. 덕만은 그에게 세상의 전부였고, 그의 사랑은 맹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서툴렀습니다. 그는 덕만을 '소유'하고 싶어 했고, 그녀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결국엔 반란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합니다. 사랑 때문에 흑화 하고, 그 사랑 때문에 파멸하는 그의 마지막은 "덕만아..."라는 애절한 부름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비담앓이'라는 깊은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그의 악행은 용서받을 수 없지만,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 그의 순정은 연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2. 무영 (백일의 낭군님): 동생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 암살자
무영은 드라마의 메인 악역인 좌의정 김차언의 수족이 되어, 주인공 이율(원득)의 목숨을 위협하는 냉혹한 살수입니다. 하지만 그의 모든 악행 뒤에는 단 하나의 이유, 바로 동생 '이서(홍심)'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그는 김차언의 인질로 잡힌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생과, 동생이 사랑하게 된 남자 사이에서 고뇌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결국 동생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그의 마지막은, 그가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그의 행복을 바라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사랑은 남녀 간의 연모는 아니었지만, 가족을 지키려는 순애보가 한 인간을 어떻게 비극으로 몰고 가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3. 이방원 (나의 나라, 육룡이 나르샤 등): 나라를 사랑했기에 괴물이 된 군주
이방원은 조금 다른 결의 순애보 악역입니다. 그의 사랑은 특정 여인을 향하기보다는, 자신이 꿈꾸는 '나라'를 향해 있습니다. 그는 고려 말의 혼란을 끝내고, 백성을 위한 강력한 왕권 국가를 세운다는 대의를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의'라는 이름의 순정을 지키기 위해, 뜻을 함께했던 동지를 베고, 가족을 내치며, 스스로 피의 군주가 되는 길을 걷습니다. 그의 방식은 잔혹하고 비정하지만, 그 근간에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순수한 열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거대한 대의를 향한 순애보 역시, 한 인간을 고독한 악역으로 만들 수 있음을 이방원이라는 캐릭터는 잘 보여줍니다. 

4. 이 외에도...
'기황후'에서 기승냥을 향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보여주다 결국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준 황제 타환, '달의 연인'에서 해수를 지키기 위해 피의 군주가 되어야 했던 왕소 등 수많은 사극 속 인물들이 사랑이라는 순수한 동기로 인해 '악역'의 경계에 서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악역의 서사에 눈물 흘리는 이유

우리는 왜 이들의 파멸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눈물 흘리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그들의 서사를 통해 ‘사랑의 양면성’을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은 때로 한 인간을 구원하고 성장하게 하지만, 때로는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밀어 넣기도 합니다. 순애보 악역들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는 인물들입니다. 그들의 사랑은 너무나 순수했기에, 현실의 벽과 부딪혔을 때 더욱 쉽게 부서지고 뒤틀려버립니다. 그들은 ‘만약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행복해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선과 악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이처럼 입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서사를 가진 악역들은, 단순한 권선징악 구조의 드라마보다 훨씬 더 깊은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남깁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고.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그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의 편이 되어 그의 슬픈 사랑을 함께 아파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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