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어페어〉는 운명적인 사랑과 현실의 어긋남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감정의 무게를 그린 영화다.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과 그 이후에도 꺼지지 않는 사랑의 잔향을 따라가 본다.
운명은 만나게 하지만, 현실은 지키지 못하게 한다
1994년 개봉한 영화 〈러브 어페어 (Love Affair)〉는 운명적인 사랑이 반드시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멜로드라마다.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의 섬세한 연기와 시적인 전개는 이 작품만의 독특한 감성을 완성해 냈다.
마치 마주쳐야 할 사람이 결국에는 마주치게 된 것처럼, 주인공 마이크와 테리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각자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에게 빠져든다. 운명처럼 시작된 관계는 점점 깊어지고, 결국 둘은 3개월 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약속의 날, 테리는 오지 않는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한다. 관객은 왜 테리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못했는지 알게 되지만, 마이크는 오랫동안 오해와 슬픔 속에서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러브 어페어〉는 바로 이 '어긋남'이 주는 감정의 충격을 섬세하게 다룬다.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이 어떤 식으로 한 사람의 삶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감정
마이크는 인기 있는 스포츠 해설가이자 다정한 남성이다. 테리는 가수로서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어느 날 그들은 하와이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비행기 사고로 인해 경유하게 된 작은 섬에서, 마이크는 테리를 자신의 이모집으로 데려간다. 자연 속에서의 평화로운 나날은 그들의 감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각자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서로에게 진심이 되어간다.
그들은 3개월 뒤 각자의 삶을 정리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운명은 그 약속을 지켜주지 않는다. 테리는 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를 입고, 약속 장소에 가지 못한다.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볼 마이크의 시선을 감당할 수 없어 테리는 침묵을 택한다.
마이크는 테리가 자신을 버렸다고 오해하며 상처받는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테리의 집에 들렀다가, 그녀가 타고 있는 휠체어를 보고 모든 사실을 깨닫는다. 이 순간, 관객은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이 단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운명의 장난이었다는 사실에 슬퍼진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남기는 것
〈러브 어페어〉는 단순히 슬픈 사랑 이야기를 넘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도 사랑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테리는 마이크를 떠난 것이 아니라, 오지 못한 것이다. 마이크는 그것을 이해하고 다시 그녀에게 다가간다.
이 영화의 핵심은, 사랑은 타이밍이나 상황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 삶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사랑을 완성하려 애쓰지만, 때로는 불완전한 기억 속에서 그 감정이 더 오랫동안 빛날 수 있다.
〈러브 어페어〉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을 원망하거나 낭만화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랑이 남긴 따뜻함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감정임을 관객에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결국, 삶은 예측할 수 없고, 사랑은 완성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 이 영화가 남기는 가장 큰 울림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