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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 사랑을 알지만, 안을 수 없었던 외로운 존재

by 디저트사커 2025.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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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은 손이 아닌 가위를 지닌 외로운 존재가 인간 사회에 들어와 사랑을 경험하지만, 결국 그 사랑을 지킬 수 없었던 슬픈 동화이다. 이 글은 그의 사랑이 왜 이루어질 수 없었는지를 따라간다.

조니뎁과 에드워드가 함께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

손 대신 가위를 지닌 외로운 존재, 그리고 처음 알게 된 감정

1990년 개봉한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은 팀 버튼 감독 특유의 몽환적이고 감성적인 영상미 속에, 비현실적인 존재와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다. 조니 뎁이 연기한 주인공 에드워드는 인간처럼 보이지만 손 대신 날카로운 가위를 지닌, 미완성의 창조물이다.
영화는 동화 같은 설정으로 시작되지만, 그 안에는 인간 사회의 편견, 소외, 그리고 타자에 대한 거부감이 날카롭게 숨어 있다. 언덕 위 고성에 홀로 살아가던 에드워드는 어느 날 외판원인 펙 여사에 의해 마을로 내려오게 되고, 이질적인 존재로서 그곳 사람들과 부딪히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은 그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는 정원 조각, 머리 스타일링 등 손재주로 인정받으며 점점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그 관심은 곧 불안, 경계, 그리고 거부로 바뀌고, 그는 점차 고립된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에드워드는 펙 여사의 딸 킴(위노나 라이더)을 만나 사랑을 느낀다. 킴 역시 처음에는 에드워드를 경계하지만, 점차 그의 순수함과 상처를 알아가며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사회와 인간의 시선, 그리고 에드워드의 본질적인 ‘차이’로 인해 위협받는다.
〈가위손〉은 결국, 사랑이란 감정이 피어난다고 해도, 그것을 지켜낼 수 있는 조건이 얼마나 복잡하고 외부적 영향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사랑하지만, 다가갈 수 없었던 이유

에드워드는 인간의 감정을 갖고 있지만, 인간으로 완성되지 못한 존재다. 그는 사랑을 할 줄 알지만, 손끝이 가위이기에 그 사랑을 다정하게 표현할 수 없다. 단지 포옹 하나조차 그에게는 위험한 행위이며, 이 간극은 점차 둘의 사랑을 멀어지게 만든다.
영화는 판타지적인 설정 속에서도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현실적인 제약을 받는지를 강조한다. 킴과 에드워드는 서로에게 진심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진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 킴의 남자친구 짐은 에드워드를 비웃고, 그를 이용해 범죄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사건은 점차 비극으로 치닫는다. 에드워드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한 범인으로 몰리고, 그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적대는 극에 달한다. 결국 그는 다시 언덕 위 고성으로 돌아가게 되고, 사람들은 그를 괴물로 기억하며 외면한다.
가장 슬픈 장면은 엔딩에 있다. 눈이 내리는 장면 속에서 킴은 노인이 되어 손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를 다시 만나지 않았단다. 그가 나를 다치게 할까 봐서가 아니라, 내가 그를 다치게 할까 봐서였지.” 이 대사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사랑이란 감정이 때로는 가장 아픈 선택을 동반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사랑은 있었지만, 함께할 수 없었기에 더 아름다웠다

〈가위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얼마나 슬프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가장 시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에드워드와 킴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물리적인 제약과 사회적 배척, 그리고 존재의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 함께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에드워드는 다시 혼자가 되었지만, 눈이 내릴 때마다 킴은 그를 기억하며 말한다. “그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걸 알아. 왜냐하면 세상에 눈이 내리니까.” 이는 감정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가장 낭만적인 문장이며, 사랑이 반드시 함께 있는 것으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님을 상징한다.
〈가위손〉은 현실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랑이 얼마나 큰 여운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 또는 존재와 존재 사이에서의 ‘다름’이 반드시 벽이 되어야 하는지는 질문을 남긴다.
결국 이 영화는 말한다. “사랑은 안을 수 없더라도, 느낄 수 있다면 존재한다.” 에드워드가 만든 얼음 조각에서 흩날리는 눈발처럼, 그 사랑은 형태를 가지지 않지만 언제나 존재해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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