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대 축구에서는 선수들이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유롭게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자유 계약(FA)'이라고 하죠.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자유'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아시나요?
오늘은 우리가 지난번에 다뤘던 축구계의 혁명, '보스만 룰'이 왜 그토록 중요했는지 이해하기 위해, 그 이전의 시스템이었던 '보유 및 이적 시스템(Retain and Transfer System)’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선수들이 클럽에 묶여 있었던, 자유가 없던 시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보유 및 이적 시스템이란?
보유 및 이적 시스템은 현대 축구의 이적 시스템이 정립되기 전, 오랫동안 유럽 축구계를 지배했던 선수 계약 및 이적 관련 규정입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이름 그대로 두 가지입니다.
1.보유(Retain): 선수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도, 원 소속 클럽은 해당 선수의 '선수 등록 권한'을 계속 보유했습니다. 즉, 계약이 끝났다고 해서 선수가 자유로운 몸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클럽이 선수를 계속 '붙잡아 둘' 권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2. 이적(Transfer): 선수가 다른 클럽으로 옮기려면 반드시 원 소속 클럽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클럽 간의 합의 하에 이적료가 발생했습니다. 계약이 끝난 선수일지라도, 다른 클럽으로 가려면 돈을 주고 사와야 했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계약서 상의 기간은 끝났지만, 선수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원 소속팀이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설령 보내주더라도 이적료를 챙겼습니다. 이는 마치 선수가 클럽의 '자산'처럼 취급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시스템 하에서의 선수 생활: 자유가 없던 시대
이러한 보유 및 이적 시스템 하에서 선수들은 현대 선수들이 누리는 자유로운 협상력이나 이적 선택권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 협상력
계약이 끝난 후에도 다른 팀으로 갈 수 없으니, 재계약 협상에서 선수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습니다. 원 소속팀이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경기에 뛰지 못하고 클럽에 묶여 있어야 했습니다.
■ 이적의 어려움
선수가 팀을 바꾸고 싶어도 클럽이 '보유' 권한을 포기하지 않거나 터무니없는 이적료를 요구하면 다른 팀으로 갈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 클럽의 절대 권력
선수의 커리어 경로는 클럽의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 있었습니다. 클럽이 보내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원치 않더라도 한 팀에 오래 머물렀고, 이적은 클럽 간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왜 비판받았나? 불합리했던 시스템
보유 및 이적 시스템은 현대적인 노동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 노동의 자유 침해
다른 직업에서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유롭게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는데, 축구 선수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는 기본적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 클럽과 선수의 불균형
클럽은 막강한 권한을 가졌지만, 선수는 계약이 끝나도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 임금 억제 효과
클럽 간 경쟁을 통한 선수 가치 상승이 제한되면서, 선수들의 임금 수준이 실제 기여도보다 낮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들의 불만이 쌓였고, 이 시스템에 대한 법적인 도전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 갔습니다.
시스템의 균열, 그리고 보스만 룰의 등장
물론 이 시스템이 철옹성은 아니었습니다. 선수들의 저항과 노력으로 인해 점차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간 이상 클럽에 헌신한 선수에게 '프리덤 오브 계약(Freedom of Contract)'이라는 제한적인 형태의 자유 이적 권한이 주어지기도 했으나, 이는 매우 예외적이고 클럽의 방해를 받기 쉬운 제도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오래된 불합리한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장-마르크 보스만 선수의 용기 있는 소송이었습니다.
보스만 선수는 계약이 만료되었음에도 원 소속팀이 이적료를 요구하며 다른 팀 이적을 방해하자, 유럽 연합(EU)의 '노동자 자유 이동' 원칙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고, 유럽 사법재판소는 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보스만 룰이 왜 혁명적이었나?
보스만 룰은 계약이 만료된 EU 회원국 선수에 대해 이적료를 요구하거나 국적 때문에 차별하는 것은 EU 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 하나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보유 및 이적 시스템의 '보유' 조항, 즉 계약 만료 후에도 선수를 붙잡아 둘 수 있는 클럽의 권리가 박탈되었습니다.
보스만 룰은 단순한 규정의 변화가 아니라, 선수들이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유롭게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계약 선수(Free Agent)'라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는 축구계의 힘의 균형을 선수 쪽으로 기울게 했고, 이적 시장의 규모와 형태, 선수들의 가치 산정 방식 등 모든 것을 바꾸는 진정한 혁명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자유를 찾기까지
보스만 룰 이전의 보유 및 이적 시스템은 현대의 시각에서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들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했던 규정이었습니다. 오늘날 선수들이 누리는 '자유 계약'의 권리는 이러한 불합리한 시스템에 맞서 싸운 선수들과 시대의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웹스터 룰과 FIFA 17조가 '계약 기간 중'의 자유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면, 보스만 룰은 그 모든 것의 전제인 '계약 만료 후의 자유'를 쟁취했다는 점에서 축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우리가 보는 화려한 축구 이면에는 이러한 복잡하고 때로는 치열했던 규칙과 권리의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여러분은 보유 및 이적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여러분이 그 시대 선수였다면 어땠을 것 같으신가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