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축구 역사 블로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번에는 축구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보스만 룰'(계약 만료 후 자유 이적)과 '콜팍 룰'(특정 비EU 선수 차별 금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이어서 선수 권리와 이적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중요한 주제, 바로 '웹스터 판결(Webster Ruling)'과 이와 깊이 관련된 FIFA 규정 17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보스만 룰이 '계약 만료 후'의 자유를 다뤘다면, 웹스터 판결과 FIFA 17조는 '계약 기간 중'에도 특정 조건 하에 클럽의 동의 없이 이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사례입니다. 흥미롭겠죠?
FIFA 규정 17조의 등장: 왜 필요했을까?
보스만 룰 이후 선수들의 계약 만료 후 이적은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들은 클럽의 동의 없이는 절대 팀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클럽과 선수 간의 계약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일방적으로 선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죠.
FIFA는 전 세계적인 이적 시스템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선수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규정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 결과, 2001년에 FIFA 선수 지위 및 이적에 관한 규정(Regulations on the Status and Transfer of Players)이 개정되면서 17조가 포함되었습니다.
FIFA 17조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수는 계약서에 명시된 '보호 기간(Protected Period)'이 지난 후에는 소속 클럽에 적절한 '보상금'을 지불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종료)하고 다른 클럽으로 이적할 수 있다."
보호 기간
만 28세 미만에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일로부터 3시즌
만 28세 이상에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일로부터 2시즌
보상금: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선수가 받을 급여 등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분쟁 발생 시 FIFA나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에서 결정합니다.
이 규정은 클럽의 동의 없이도 선수가 이적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17조의 시험대: 앤디 웹스터 사건 (2008년)
이 FIFA 17조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그 해석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 바로 스코틀랜드 수비수 앤디 웹스터(Andy Webster)의 사건입니다.
2006년, 당시 스코틀랜드 하츠(Hearts) 소속이었던 웹스터는 계약 기간이 2년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 위건 애슬레틱(Wigan Athletic)으로 이적했습니다. 웹스터 측은 FIFA 규정 17조에 의거하여 이미 보호 기간(하츠와 맺은 계약 후 3시즌)을 넘겼기 때문에 보상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연히 하츠 구단은 이에 반발하며 계약 위반이라 주장했고, 사건은 국제 축구계를 관장하는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로 넘어갔습니다.
CAS의 판결과 웹스터 룰의 확립
2008년, CAS는 이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앤디 웹스터는 FIFA 규정 17조에 따라 정당하게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 다만, 하츠 구단에 적절한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판결로 인해 FIFA 규정 17조의 효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고,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도 보호 기간만 채우면 보상금을 내고 클럽을 떠날 수 있다는 원칙이 확립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흔히 '웹스터 룰'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판결 이후 보상금 산정을 두고 추가적인 논쟁이 있었으나, 핵심은 '계약 기간 중 일방적 해지 및 이적 가능'이 확인되었다는 점입니다.
웹스터 룰(FIFA 17조)은 보스만/콜팍과 무엇이 다른가?
보스만, 콜팍, 그리고 웹스터 룰 모두 선수 권리 강화와 이적 시스템 변화라는 큰 맥락 속에 있지만, 적용되는 상황이 다릅니다.
보스만 룰: 계약 만료 후 이적 시 이적료 면제 및 EU 내 국적 차별 금지
콜팍 룰: EU와 협력 협정을 맺은 특정 비EU 국가 출신 선수의 EU 내 국적 차별 금지
웹스터 룰 (FIFA 17조): 계약 기간 중 보호 기간 경과 후 보상금 지불 시 계약 일방 해지 및 이적 허용
쉽게 말해, 보스만은 '계약 끝난 후 자유', 콜팍은 '특정 국적 선수 차별 금지', 웹스터/17조는 '계약 안 끝났어도 기간 채우고 돈 내면 갈 수 있음'입니다.
웹스터 룰이 남긴 것들
웹스터 판결과 FIFA 17조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협상력과 선택지를 제공했습니다. 클럽이 선수를 강제로 계약 기간 내내 붙잡아 두기 어렵게 되었고, 선수가 이적을 강력히 원할 경우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계약 해지를 통해 팀을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는 클럽 입장에서는 계약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보상금'의 산정 기준이 모호하여 여전히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수 개인의 커리어 결정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선수 권리 신장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보스만 룰이 이적 시장의 틀 자체를 바꿨다면, 웹스터 룰(FIFA 17조)은 그 틀 안에서 선수 개인이 계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축구 규정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선수, 클럽, 에이전트, 그리고 각종 기관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발전해왔습니다. 보스만, 콜팍, 그리고 웹스터 룰은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권리가 신장된 중요한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축구 팬으로서 이런 규정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영향을 미쳤는지 아는 것도 경기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FIFA 17조를 활용해서 이적했던 선수들 중에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으신가요? 댓글로 알려주세요!